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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 선정
 
이훈   기사입력  2012/03/14 [09:30]

“어릴 때 기술을 배우면서 이걸 어디다 써먹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죠.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까 그 때 익혔던 기술이나 연구 개발 과정들이 어느 새 자산이 돼있더라고요. 특히 풍부한 현장 경험은 관리자로서 폭넓은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만의 기술로 뚝심있게 버티다보면 분명히 꿈을 이루는 날이 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주)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48세) 대표를 선정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예순 세 번째 수상자 정형찬 대표는 태양전지 금속피복 제조시스템(Solar-Cell Metallization In-Line System)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여 태양광 장비산업의 국산화를 이룩한 전문기술인 출신 CEO이다.

63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정 대표는 대나무 가공 손 공예 일을 하던 부친을 도와 동네 어귀 산에서 대나무를 옮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만 파하면 해질녘까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산을 오르내리고 모기떼 같은 벌레가 많던 대나무밭에서 씨름하는게 일상이었던 그는 지금도 대나무는 쳐다보기도 싫다고 한다.

가난으로 대학진학은 꿈조차 꿀 수도 없었던 정대표는 중학교 졸업후 경북기계공고에 들어갔다. 무상으로 기술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들어간 공고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발심으로 혹독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졸업하고도 마음을 못잡고 5년간 중소기업을 떠돌면서 회사를 8번이나 옮겼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들었죠. 제 삶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는 연고가 있는 대구의 포장 자동화설비회사 (주)유천에 취직했다. 작은 기술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고등학교와 중소기업들에서 어깨너머로 익힌 기술력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습득했다.

그즈음 그는 핸드폰과 TV,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인쇄 회로기판 자동화 설비회사 (주)키메닉스에 스카우트됐고 입사 6개월 만에 생산관리 팀장이 된다.

직장을 배움터 삼아 기계와 전자 분야의 많은 기술을 습득한 정 대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무기로 95년 동료와 함께 산업자동화설비회사인 ‘태원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영업과 인력관리 등으로 초기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나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업의 한계에 부딪혀 고심 끝에 97년 10월, 지금의 (주)에스제이이노테크를 설립하게 된다. IMF 때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경쟁업체의 도산과 해외이전 으로 위기를 비껴갈 수 있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술력이 탄탄하다보니 일감이 넘쳐 4년간은 집에도 못들어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의 목표는 비전 스크린 프린터 생산의 국산화. 선발주자가 해외 업체다 보니 국산화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그런 선입견을 깨려면 실력으로 승부하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하며 기술력 향상에 올인했다.

비전 스크린 프린터 생산이 안정화되자 ‘07년부터는 20억 원대의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첨단 태양광 장비산업인 태양전지 금속피복 제조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게 된다. ’08년에는 사내에 기업부설연구소도 설립했다. 이론이 아닌 실무를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를 연구원으로 발탁한 그는‘스크린 프린터기용 PCB 클램핑장치(특허 제10-0505315호)’등 10건의 특허와 6건의 실용신안을 획득하게 된다.

도전적인 기술개발과 23개국에 달하는 해외시장 개척으로 매년 사업규모를 확장해온 (주)에스제이이노테크는 현재 58명의 직원에 연매출 215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자동화 비전스크린프린터와 태양전지 금속피복 제조 시스템을 국산화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2015년까지 스크린 프린터 업계 1위가 목표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기술 하나로 여기까지 왔기에 그 정도는 자신있습니다.”

회사는 첨단녹색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기술개발의 바탕은 ‘풍부한 현장경험’ 이라는 생각으로 영남대와 금오공과대학, 영진전문대학, 경북기계 공고와 산학협력을 체결, 후진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 기능인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1명씩 선정 포상하는 제도로, 연중 수시로 추천받고 한국산업인력공단 6개 지역본부 및 18개 지사, 고용부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구비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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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14 [09:30]   ⓒ h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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